불씨의 독백 (1화 : 내 사랑 폭염, 더욱 뜨거워졌으면 좋겠어)
장마기간동안
나는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내가 나올 틈조차 안주던 하늘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거든요.
당신은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물이 싫습니다.
내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방해하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만큼 나쁜 불은 아니에요.
당신들이 제어를 못해주니
나도 모르게 나쁜 불이 되어버리는 것 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드디어 장마가 끝나고 폭염과 열대아 현상까지 시작되었다는군요.
나는 너무 기뻤습니다.
드디어 나의 작은 불씨가 긴 장마속에서 살아날 길이 생긴 것이지요.
당신은 내가 무섭게 변하는게 싫겠지만
나도 살고봐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건방질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탁을 드릴께요.
첫째, 폭염에는 하루종일 에어컨,선풍기를 틀고 신경 쓰지 마세요.
과열? 신경끄세요. 나는 뜨거운게 좋으니까 환풍하지도 말고 타이머 켜지도 마세요.
전선? 문어발식으로 멀티로 이용하시고 끊어진 부분은 대충 절연 테이프 처리하세요.
그래야 내가 열받기 좋으니까요.
그저 당신은 이 폭염을 시원하게 보낼 생각만 하세요. ^^
둘째, 자동차 운전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시던 운전 하세요.
쉬지 말고 달리세요.
당신의 그런 열정만큼 엔진도 과열되어 내 불씨도 살아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차에다 라이터 같은 인화성 물질을 반드시 보관하세요.
그래야 폭염같은 더울 때 펑 하고 터져나와 내가 숨쉴 수 있답니다.
셋째...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 폭염속에서 절대 환기좀 하지 마세요.
아주 자연스럽게 나올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인데
환기때문에 자연발화를 포기하고 싶진 않단 말이지요.
그리고 항상 축축하게 환경을 유지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저는 습한 환경이 너무나도 좋거든요.
물기를 머금고 물질들이 더 잘 썩어갈 때, 저는 그 때 발생되는 열이 저를 불타오르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저를 열불나게 해주세요. ^^
아무쪼록...
저는 하루빨리 당신들 앞에 나타나고 싶어요.
이 폭염 속에서
더 크고 더 뜨겁게 나를 불러내 주세요.
다음에 또 편지 쓰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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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의도
누구나 불조심 해야하는 것은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잘 알고있기에 소방안전에 대해 더 무뎌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화재통계사례를 보면 비슷한 원인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반복적인 소방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안전교육도 같은 방식으로 전달만 된다면
마찬가지로 뻔한 내용으로 여겨져 새롭게 와닿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안전' 관점이 아닌
화재의 '위험'관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화재의 시초가 되는 작은'불씨'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우리가 들었을 때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부탁하는 '불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합니다.
즉 '불씨'의 위험한 만족을 위해
우리가 위험한 행동과 환경을 이어나가기를 바라는 황당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에게 알 수 없는 반발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왜 저런 불씨 따위에게 이런 부탁을 받고 행동해야 하지?'
'내가 화재 때문에 불행해지면, 저 불씨놈은 더 좋아라 하겠구나'
여러 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소방안전교육을 접근해 보고자 하는 의도였으니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께서는 오해 마시고 픽션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작품속 안전 키워드
- 폭염 속 안전한 전기제품 사용법 (에어컨,선풍기,냉장고 등)
- 폭염 속 안전한 자동차 관리법 (엔진과열방지, 인화성 물질 보관 주의 등)
- 폭염 속 자연발화 방지 (환기, 습기제거 등)
3. 기타 참고 영상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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